기후위기 시대를 직면한 상황에 지속 가능한 건축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탈현장 공법 OSC(Off-Site Construction,). 이미 유럽과 북미 등 해외에서는 20~30년 전부터 탈현장 공법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국내 건설 시장도 건설 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기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 앞으로 창호업계에서도 대표적인 탈현장 공법인 모듈러 건축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듈러 건축에 주목
최근 국내 건설시장은 기존의 노동집약적이고 현장 중심이던 특성에서 벗어나 혁신과 변화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인 스마트 건설로 변화하는 스텝을 밝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 숙련된 기능공 감소, 노동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의 이유는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건설에서도 기존의 현장 생산 방식에서 공장 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는 탈현장 공법이 건설시장의 혁신을 이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탈현장 공법은 현장에서 벗어난 외부에서 구조물을 만들고 현장에서는 작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건설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고 친환경까지 고려할 수 있는 공법이다. 쉽게 말해, 공장에서 건물의 구조물, 부재, 부품, 설비 등을 사전에 제작한 후 건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건축 방식을 말한다.
탈현장 공법 중 대표적인 공법이 모듈러 건축이다. 모듈러 건축은 블록형태의 유니트 구조체에 창호를 포함해 외벽체, 전기배선, 배관, 욕실, 주방기구 등 건축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시스템이다.
골조, 가구, 설비, 전기 배선 등 주택의 약 70%정도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옮겨와 현장에서 설치하고 결합하는 방법으로 공정이 진행돼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 자동화된 공장 기계설비로 모듈러를 제작하기에 현장 인력이 줄고 기능공의 기술력과 시공 노하우에 따라 달랐던 시공 품질도 일정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에 의하면 현재 탈현장 공법이 활성화된 국가는 영국, 미국, 호주, 폴란드 등이 있다. 영국은 1940년대부터 전쟁 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모듈러 공법을 도입한 후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1950~1960년대부터 모듈러 공법을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연간 12~15만 호 정도가 모듈러 주택으로 제작되고 있다.
국내는 모듈러 건축 시장 형성되던 2000년대 초 학교, 기숙사, 군부대 숙소, 공공건축 등 소규모 건축물 B2B 시장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으며 성장기에 들어섰던 2010년대 초반이후 오피스, 기숙사, 주거 건물, 수출용 대규모 턴키 프로젝트 등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 시장 확대기에는 LH, SH, GH 등 주거 시장 및 12층 이상의 중고층 건물까지 적용이 확대 됐으며 2020년대 코로나19 이후에는 세컨하우스 수요가 증가하고 최근 농촌체류형쉼터 활성화 등으로 이동식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지면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B2C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이다.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약 1760억원에서 2023년 약 8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30년에는 약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듈러 건축이 관심 받으면서 관련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모듈러 주택은 소비자 요구에 따라 모듈을 분해하고 결합해 다양한 구성을 만들 수 있다. 모듈을 더해 방을 추가하고 테라스 확장도 가능하며 조망을 강조하기 위해 창문의 수를 늘리기도 한다. 더불어, 접합부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일반 아파트 이상의 기밀성을 확보한 모듈러 주택도 공급되고 있으며 월패드와 환기청정기, 보일러, CCTV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제하는 스마트홈 시스템까지 탑재하고 있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모듈러 주택 도입 앞장
정부와 건설사도 모듈러 건축을 주목하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설립해, 탈현장 공법의 확대 적용을 적극 추진해왔다.
지난 4월에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으로 제작한 공동주택 목업을 완공한 뒤 약 4개월간 바닥 충격음, 방수, 단열, 난방, 기밀 등 항목을 중심으로 주거 성능 테스트를 진행해 자체 기준을 통과했다. 준공한 PC 공동주택 목업은 충북 음성군 GPC 공장에 전용면적 59㎡ 및 84㎡ 규모 4베이 평면으로 구현됐으며, 30층 이상의 고층 건축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DL이앤씨도 모듈러 건축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조성했다. 이 단지는 11개의 모듈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주택을 만드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DL이앤씨가 보유한 특허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3년에 모듈러 주택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12층 규모의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지었으며 코오롱이앤씨는 최근 모듈러 방식으로 용인공장 신축공사, 건대역 역세권 청년주택, 삼성동 오피스텔 신축공사 등을 진행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모듈러 주택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3월 ‘2030 LH OSC 주택 로드맵’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공사기간 50% 단축, 기존 공법 수준의 공사비 확보 등을 목표로 모듈러 주택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모듈러 주택 표준평면 개발 등 탈현장 건설공법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LH는 천안 두정 모듈러 주택, 서울 가양 행복주택, 부산 용호 행복주택, 세종사랑의집 영구임대주택, 웅진백령 영구임대주택 등을 모듈러 및 탈현장 공법으로 지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고층 22층 모듈러 주택인 의왕초평 A-4BL 모듈러 견본주택 품평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27년 7월 준공될 예정인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 의왕초평 A-4BL은 총 381세대로 모듈러 특성을 살려 외관은 입면 특화 디자인이 적용되며, 내부는 천장형 에어컨, 발코니 전면 확장, 수납공간 특화 평면 등이 반영된다. 또한 층간소음 저감 신기술, 제로에너지 5등급, 욕실 당해층배관 공법 등 주거비용 및 생활 소음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도 적용된다.
경기도시주택공사(GH)도 지난해 하반기 ‘GH 모듈러 주택 로드맵’을 공개하며 올해 3기 신도시 내 특화 모듈러 주택 공급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며 고층 모듈러 주택 건설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주택사업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도 나서고 있다.
주택뿐만 아니라 학교 및 병원 시설에서도 모듈러 건축 적용이 늘고 있다. 2023년 모듈러 학교 시범 건립사업으로 지어진 국내 최초 모듈러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탈현장 공법 기술이 학교, 군, 업무, 주거 등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에 활용되고 있다.
모듈러 교실은 임대형 이동식 학교 건물로, 학교건물의 공사 또는 리모델링 중 임시교실로 주로 사용되며 가설 건축물로 축조·신고해 사용 후 해체할 수 있다. 기존의 컨테이너나 가건물보다 안전성이나 학습 환경, 효율성면에서 뛰어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의 기반으로 마련됐다.
자재와 시공의 표준화 중요, 창호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의 필요
모듈러 주택의 성능기준 및 생산기준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3조(공업화주택의 성능 및 생산기준)’에 기술되어 있다. 성능과 관련해서는 구조안전성능, 내화 및 방화성능, 환기성능 및 기밀성능, 열환경성능, 내구성능, 음환경성능에 대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환기성능 및 기밀성능에 대해 환기성능은 창문, 출입구 그 밖의 개구부의 면적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따른 창문 등의 기준에 적합하고, 부엌·욕실 및 화장실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4조에 따른 배기설비·환기설비 설치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고 정의돼 있으며 기밀성능은 한국산업규격이 정하는 창호의 성능시험방법(KS L ISO 9972)에 의하여 측정하되, 압력차 50Pa을 기준으로 시간당 1.5회의 기밀성능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열성능은 주택 각 부위의 단열성능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1조에 따른 열 손실방지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결로방지성능은 결로방지의 성능시험방법(ISO 10211) 등 국제표준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실시한 건축물 결로방지성능 시뮬레이션에 의하여 측정하되, 접합부위의 표면온도와 실내·외 온도의 온도차이비율(TDR)이 0.20 이하이어야 한다.
공동주택은 내화 및 방화성능에 대해 구조부분의 내화성능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3조에 따른 내화구조 기준에 적합해야 하며 내부 마감재의 방화성능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부터 제7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재료의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환기성능은 창문, 출입구, 그 밖의 개구부의 면적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따른 창문 등의 기준에 적합하고, 부엌, 욕실 및 화장실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4조에 따른 배기설비·환기설비 설치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주택 각 부위의 단열성능은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열 손실방지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다만, 「주택법」 제15조제1항의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얻어 건설하는 경우에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64조제3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단열성능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결로방지성능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의3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결로방지를 위한 설계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이처럼 모둘러 주택에 적용되는 창호라고 특별한 제품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모둘러 주택이 일반 주택보다 빠르게 완성되는 만큼 자재와 시공의 표준화가 돼 있지 않으며 모듈러 주택을 완성하기 쉽지 않기에 기존 시공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으로 운반돼 설치되기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창문의 아르곤가스가 새지 않고 프레임 및 유리 등이 손상되지 않고 유지되는 운송을 위한 안전한 완충장치와 하중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모듈러 건축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발주제도, 설계, 기준, 인허가, 품질 인증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공 주도로 모듈러 공동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민간부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계 기준과 발주 방식을 개선시켜 대규모 양산 체제가 갖춰 줘야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 모듈러 건축 시장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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